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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북한은 생존 욕구 치열한 나라

북한-중국-태국 탈북 루트 동행하며 촬영 최초의 탈북민 체험·북한 실상 기록 노력 공포 속에 살아도 꿈·더 나은 삶 열정 있어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는 탈북민들의 억압받는 인권과 열악한 처지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한 다큐멘터리다. 자유를 향한 북한 주민들의 참담한 이야기인 이 작품은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장편) 예비후보(Shortlist)에 오르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 주민의 탈북 여정에 동행한 마델린 개빈(사진) 감독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비욘드 유토피아’는 어떻게 시작됐나.   “프로듀서인 제나 에델바움과레이첼 코헨이 북한 인권운동가이현서의 회고록 ‘나의 일곱 번째 이름’의 판권을 확보한 후 나를 찾아와 다큐 제작을 제안했다. 처음엔 북한에 대한 어떤 연관이나 전문 지식이 없던 나는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현서의 책을 읽으면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후 몇 달 동안 자료들을 수집했다. 또한 VPN을 사용하여 여러 나라의 웹에 널려 있는 정보들을 탐색하고 번역을 하면서 방대한 자료들과 몰래카메라 영상들을 찾아냈다. 내가 경험한 북한은 신비한 나라이면서 동시에 생존의 욕구가 치열하게 살아 움직이는 나라다.”   -특별히 도움이 된 자료는.   “LA타임스의 한국 특파원을 지낸 바바라데믹의 ‘부러울 것이 없다: 북한의 평범한 삶’(Nothing to Envy: Ordinary Lives in North Korea)이 큰 도움이 됐다. 그녀는 탈북민을 인터뷰한 몇 안 되는 저널리스트 중 한 명이다. 북한의 삼엄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활력 있고 강한 의지로 살고 있는가를 통찰하는 책이다.”   -실제 만나본 이현서에 대한 인상은.   “다큐 제작을 위해 이현서에 관한 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있던 중, 그녀가 뉴욕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녀와의 감격스러운 만남, 5분 후 나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이현서는 내가 만난 그 누구보다도 깊은 사고와 복잡한 심리를 지닌 캐릭터다. 탈북자로서의 특수한 경험들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이틀 동안의 마라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녀는 모든 걸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여유로운 유머 속에서도 그녀가 엄청난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녀가 있는 곳이 한국이든, 미국이든 또는 지구상 어느 곳이든, 자신의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북한 안에 갇혀 있다는 그녀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궁극적으로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전환했지만 이현서가 제공해준 정보들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영화였다.”   -영화의 또 다른 주요 인물인 김 목사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한국 방문을 하면서 숨겨진 존재인 김 목사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됐다.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 비밀스럽게 추진되어 온 운동의 중심에 김 목사가 있었다. 그는 탈북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보안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그의 신뢰를 얻는 데는 여러 달이 걸렸다. 김 목사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결국 우리는 2번의 탈북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의 도움으로 인해 역사상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노씨 일가가 북한을 탈출, 태국에 도착하기까지 이들과 동행을 했는데, 그 여정은 어떤 경험이었나.   “노씨 일가 5명이 북한을 탈출해 강을 건너 중국으로 들어간 뒤 장백을 유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전혀 모르고 5일 동안을 산에서 지냈다. 결국 그들은 김 목사가 주선한 농부를 만났다. 어린아이와 할머니가 있어서 더욱 힘들었다. 이들의 행선지마다 브로커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 숫자가 50명이 넘었다. 김 목사가 모금을 해 그 경비를 충당했다.   북한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미국인들이 그들을 해칠 것이란 말을 듣고 성장한다.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면서 북한 체제가 얼마나 미국을 악마화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할머니는 우리가 실제로 그녀를 죽이려고 했는지 궁금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할머니는 북한 체제가 얼마나 사실을 왜곡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떠나온 조국 북한을 너무나 사랑했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소연의 탈북 여정에도 동행했는데.   “소연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노씨 일가와 많이 다르다. 그녀의 고통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그녀의 아들을 북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아들과 연락이 닿았지만 지금은 끊긴 상태다. 우리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서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매우 친해졌다.”   -중국에서의 영상은 어떻게 촬영했나.   “중국은 북한과 긴밀한 동맹을 맺고 있고 촬영은 불가능한 상태다. 김 목사도 수십 년 동안 그의 활동이 중국 정부에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중국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브로커와 농부 등 중국 국경을 따라 깔려 있는 김 목사의 네트워크가 탈북자들을 돕고 있다. 그 과정에서 촬영된 영상들을 건네받았다.”   -북한의 실생활을 담은 몰래카메라 영상은 어떻게 입수했나.   “초기 취재를 하던 중, 지로라는 이름의 일본인이 북한의 실생활을 담은 영상 자료들을 상당수 가지고 있는 걸 알게 됐다. 영화 속 몰래카메라 영상의 대부분은 그에게서 온 것들이다. 그가 기근이 한창이던 90년대 카메라를 숨기고 북한을 드나들면서 촬영한 영상들이다. 김 목사의 네트워크도 최근 카메라를 몰래 가지고 들어가 촬영을 한다고 들었다. 목숨을 걸고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려는 용감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서구의 뉴스 미디어들을 통해 보게 되는 북한 영상들은 대부분 북한 체제가 공개한 것들이다. 다시 말해 핵미사일, 성대한 퍼레이드, 김일성 일가의 신화 등 북한의 지배 권력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만을 보고 있다. 그 영상들에는 ‘사람’이 없다. 이는 북한의 실상이 아니다. 나는 그 너머에 있는 북한의 실상과 이전에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탈북민들의 체험기를 카메라에 담아 기록하고 싶었다. 공포 속에 살아도 그들에게도 꿈이 있고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열정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우리와 동일한 생각을 지니고 살아간다.” 김정 영화평론가북한 경험 탈북민 체험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몰래카메라 영상들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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